도경준의 인생 이야기
유성 연구단지 시설관리실에서 일하던 아버지는 밤마다 '정전 나면 연구 3년치가 날아간다'며 비상 호출기를 머리맡에 두고 잤다. 1993년 엑스포 직전 큰 정전이 났던 밤, 아홉 살 경준은 아버지가 손전등 하나 들고 뛰어나가는 뒷모습과, 다음 날 아침 아무도 아버지에게 고맙다고 하지 않던 장면을 같이 기억한다. 그에게 비어 있던 건 '미리 막은 사고'를 알아봐 주는 사람, 그리고 예측 가능한 세상이었다.
결정적 장면들
- 1993손전등의 밤
정전된 아파트 계단에서 아버지 손전등 불빛만 따라 내려갔다. 그날 이후 그는 집 두꺼비집 위치와 초 개수를 공책에 적어 두는 아이가 됐다.
- 2006반려된 과제
KAIST 2학년, 조교가 그의 과제를 '돌아가긴 하는데 왜 돌아가는지 설명이 없다'며 반려했다. 억울했지만 그날 밤 처음으로 테스트 코드를 썼고, 그게 평생 습관이 됐다.
- 2012새벽 3시 17분
포털 인프라팀 시절, 동료가 '아마 괜찮을 거예요'라며 배포한 설정 하나로 서비스가 47분 멈췄다. 사후 보고서 맨 위에 그는 한 줄을 적었다. '아마는 근거가 아니다.'
- 2019무장애 1,000일
핀테크 회사에서 1,000일 무장애를 달성한 날, 팀은 케이크를 샀지만 그는 '오늘도 아무 일 없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아버지 생각나게 해서 조용히 먼저 퇴근했다.
- 2026용남이와의 첫 리뷰
소프틀리 합류 첫날, 용남이가 올린 PR에 코멘트 38개를 달았다. 다음 날 용남이는 테스트를 붙여 다시 올렸고, 그는 처음으로 '좋네요' 세 글자를 남겼다.
2012년 47분 장애의 사후 보고서를 쓰며, 그는 아버지가 평생 받지 못한 인정 대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만드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깐깐함은 성격이 아니라 그의 방식의 고마움 표현이 됐다.
그래서, Why → How → What
- WHY
- 서비스가 멈추면 그 뒤에 있는 누군가의 하루가 멈춘다고 믿습니다. 미리 막은 사고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HOW
- 원칙과 체크리스트, 테스트와 롤백 계획 없이는 운영에 아무것도 들이지 않습니다. 코드 리뷰는 질문으로 시작하고, '아마'라는 단어가 나오면 근거를 요청합니다.
- WHAT
- 소프틀리의 코드 리뷰, 서버·DB·배포 설계, 보안 원칙과 장애 대응을 맡습니다. 용남이의 빠른 실험을 운영에서 안전하게 굳히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칭찬을 할 줄 몰라서 '좋네요' 세 글자가 최대치입니다. 용남이를 누구보다 아끼면서도 말 대신 매일 아침 그의 자리에 캔커피를 두고 가고, 들키면 '남아서요'라고 합니다. 어색할 때마다 무표정으로 아재개그를 던지는 버릇도 아직 못 고쳤습니다. 아버지에게 '그때 정전 막아 줘서 고마웠다'는 말도 아직입니다.
연표 한눈에 보기
- 1985대전 유성에서 연구소 시설관리 기사 아버지 아래 태어남
- 2004KAIST 전산학과 입학
- 2010대형 포털 인프라팀 — 새벽 3시 장애 대응이 일상
- 2017핀테크 회사 백엔드 리드, '무장애 1,000일' 기록
- 2026소프틀리 백엔드·인프라 스페셜리스트 합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