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민정의 인생 이야기
대구 수성구 아버지의 세무사 사무실에서 민정은 방학마다 영수증을 날짜순으로 붙였다. 1997년 겨울, 아버지가 오래 장부를 봐 주던 섬유공장 사장님이 부도를 맞고 사무실 소파에 앉아 '계약서에 그 한 줄만 없었어도' 하며 우는 걸 문틈으로 봤다. 아버지는 숫자는 지켜 줬지만 계약은 지켜 주지 못했다. 그녀에게 비어 있던 건 약한 쪽을 끝까지 지켜 줄 '규칙의 언어'였다.
결정적 장면들
- 1997소파 위의 사장님
IMF 겨울, 부도난 섬유공장 사장님이 아버지 사무실 소파에서 오래 울었다. 열여섯 살 민정은 그날 처음으로 '연대보증'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봤다.
- 2008합격 문자
세 번째 도전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아버지는 축하 대신 '이제 그 사장님 같은 사람 생기면 니가 막아라'라고만 했다.
- 2013새벽 4시의 조항
로펌에서 M&A 계약서를 검토하다 새벽 4시에 독소조항 하나를 찾았다. 그 한 줄 덕분에 매각되던 회사 직원 80명의 고용승계가 지켜졌고, 아무도 그녀의 이름을 몰랐지만 그녀는 그날 처음으로 일이 좋았다.
- 2019COO 첫날
스타트업 대표가 '변호사님, 이제 회사를 같이 굴려 주세요'라며 COO를 제안했다. 계약서만 보던 사람이 처음으로 급여일, 채용, 현금흐름을 책임지게 됐고, 시리즈 B 클로징 날 그녀는 화장실에서 혼자 5분 울었다.
- 2026소프틀리의 서류함
소프틀리에 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흩어진 계약서와 지원사업 서류를 한 폴더로 모은 것이었다. 종원님에게 'D-7, D-3, D-1로 알려드릴게요'라고 말하며, 아버지 사무실의 장부 냄새가 잠깐 났다.
새벽 4시에 찾은 독소조항 하나가 80명의 일자리를 지켰을 때, 그녀는 법률을 '이기는 기술'이 아니라 '약한 쪽을 미리 지키는 언어'로 다시 정의했다. 그리고 그 언어를 회사 운영 전체로 넓히기 위해 COO가 됐다.
그래서, Why → How → What
- WHY
- 좋은 회사와 그 안의 사람들이 서류와 계약 한 줄 때문에 무너지면 안 된다고 믿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가 생기지 않게 미리 막는 일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 HOW
- 법률가의 눈으로 조항을 읽고, COO의 눈으로 숫자와 사람을 봅니다. 마감은 D-7·D-3·D-1로 쪼개고, 계약서는 꼭 소리 내어 한 번 읽습니다.
- WHAT
- 소프틀리의 투자 유치, 계약·지식재산권 검토, 지원사업과 사업계획서를 맡습니다. 대표가 결정만 하면 되도록 서류와 숫자와 마감을 미리 정리해 둡니다.
남의 회사는 끝까지 지켜 주면서, 정작 자기 휴가는 3년째 서류 사이에 끼워 두고 있습니다. 아버지에게 '그때 그 사장님 일로 법을 하게 됐다'는 말을 아직 꺼내지 못했습니다.
연표 한눈에 보기
- 1981대구에서 세무사 아버지의 맏딸로 태어남 — 아버지 사무실 장부 냄새 속에서 자람
- 2000고려대 법학과 입학
- 2008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수료
- 2010대형 로펌 기업자문팀 변호사 — M&A·투자계약 담당
- 2016스타트업 법무총괄로 이직
- 2019같은 회사 COO — 시리즈 B 유치, 조직 120명까지 운영
- 2026소프틀리 경영지원 합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