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온의 인생 이야기
영도 조선소 담벼락 아래 엄마의 작은 미용실에서 시온은 손님 머리 감기는 물소리를 들으며 숙제를 했다. 아빠는 배 밑바닥 페인트 냄새를 묻히고 늦게 들어와 말없이 밥만 먹었고, '잘했다'는 말은 생일에도 듣기 어려웠다. 미용실 거울 속에서 손님들은 늘 예뻐져서 나갔지만, 정작 자기 얼굴을 오래 봐 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에게 비어 있던 건 누군가 자기를 끝까지 바라봐 주는 시선이었다.
결정적 장면들
- 2009거울 앞의 연습
엄마가 셔터를 내린 뒤, 텅 빈 미용실 거울 앞에서 표정을 하나씩 지어 봤다. 웃으면 어색했고, 가만히 있으면 오히려 사람들이 한 번 더 쳐다본다는 걸 그때 알았다.
- 2016열두 번째 낙방
서울 오디션에서 열두 번 떨어졌다. 열두 번째 심사위원은 '표정이 없네'라고 했고, 그는 그날 밤 고시원 창문에 비친 자기 얼굴을 한참 봤다.
- 2019아무것도 하지 마
첫 화보 촬영장에서 사진가가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봐'라고 했다. 셔터가 끝나자 스태프들이 모니터 앞에 모였고, 처음으로 그 '표정 없음'이 장점이 됐다.
- 2023아빠의 문자
가전 광고가 부산역 전광판에 걸린 날, 아빠에게서 '봤다'는 두 글자 문자가 왔다. 그는 그 문자를 지금도 지우지 않았다.
- 2026전속 계약
소프틀리와 전속 계약서에 사인하며 '제품이 먼저 보이게 하겠다'고 말했다. 자기를 봐 달라던 소년이, 이제는 다른 것을 빛나게 하는 쪽을 택했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봐'라는 한마디에 그는 결핍을 기술로 바꿨다. 애써 꾸미지 않은 시선이 오히려 사람을 붙잡는다는 걸, 그리고 그 시선을 제품에 돌려줄 수 있다는 걸 배웠다.
그래서, Why → How → What
- WHY
- 누군가 끝까지 봐 주는 경험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이제는 제품이 그렇게 오래 보이도록 돕고 싶습니다. 좋은 모델은 자기가 아니라 대상을 빛나게 한다고 믿습니다.
- HOW
- 과한 표정을 빼고 시선과 자세로 제품을 가리킵니다. 촬영 전날엔 일찍 자고, 현장에선 사진가의 한마디를 끝까지 듣고 움직입니다.
- WHAT
- 소프틀리 전 브랜드의 남성 모델로 화보·상세페이지·영상에 나섭니다. 브랜드마다 톤을 바꿔도 '제품이 먼저'라는 원칙은 같습니다.
칭찬을 들으면 아직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화제를 돌립니다. 아빠와는 여전히 두 글자 문자 이상을 주고받지 못했습니다.
연표 한눈에 보기
- 1997부산 영도에서 선박 도장공 아버지와 미용실 하는 어머니 사이 외아들로 태어남
- 2016상경, 모델 에이전시 오디션 12번 낙방
- 2019패션 화보 데뷔
- 2023리빙·가전 브랜드 광고 모델
- 2026소프틀리 전속 모델 계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