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하율의 인생 이야기
춘천 명동 골목에서 부모님이 닭갈비집을 했다. 철판이 지글거리고 손님들이 소리 높여 건배하는 저녁마다, 하율은 구석 테이블에서 숙제를 하며 하루에 한 번도 이름이 불리지 않는 날이 많았다. 일곱 살 생일에 엄마가 '하율이 왔어?' 하고 물은 시간은 밤 열한 시, 하율이 이미 세 시간째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뒤였다. 조용한 아이는 착한 아이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아이라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결정적 장면들
- 2008의암호의 물안개
가게가 쉬는 월요일 아침이면 아빠는 말없이 하율을 태우고 의암호로 갔다. 둘은 물안개가 걷힐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하율은 그 침묵이 이상하게 하나도 외롭지 않다는 걸 느꼈다. 소리 없이도 누군가와 같은 장면 안에 있을 수 있다는 감각이 그때 생겼다.
- 2017나무 2
고등학교 연극부 첫 공연에서 받은 배역은 대사 없는 '나무 2'였다. 하율은 15분 동안 팔을 들고 서 있으면서 무대 위 친구들의 숨소리, 조명이 바뀌는 순간까지 전부 지켜봤다. 공연이 끝나고 담임이 '너 거기 진짜 서 있는 것 같더라'고 했는데, 하율은 그 말을 수첩 맨 앞장에 적어 두었다.
- 2020화면 속 입학
서울예대 연기과에 붙었지만 첫 학기는 거의 전부 줌 수업이었다. 다들 카메라 앞에서 크게 웃고 크게 우는 연습을 할 때, 교수는 하율의 정지된 화면을 가리키며 '이 학생은 듣고 있는 게 보인다'고 했다. 작은 원룸에서 노트북 하나를 마주한 채, 하율은 듣는 얼굴도 연기라는 걸 배웠다.
- 2023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첫 생활가전 광고 촬영장에서 감독은 열 번 넘게 '조금 더 밝게'를 요구하다가, 마지막에 지쳐서 '그냥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라고 했다. 하율은 컵에 물을 따르고 창밖을 한 번 본 게 전부였는데, 최종 편집에 남은 건 그 컷이었다. 그날 이후 하율은 촬영 전에 꼭 그 장면 속 사람이 '오늘 몇 시에 일어났는지'부터 정한다.
- 2026voar의 하얀 셔츠
협업 브랜드 voar 캠페인에서 하율은 연청색 벽 앞 금속 의자에 흰 셔츠 차림으로 앉아 한 시간 넘게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영상이 올라가고 루니엘 쪽에서 '이 사람이면 가전이 집에 들어오는 장면을 시끄럽지 않게 찍을 수 있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렇게 하율은 처음으로 '후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2023년 그 물 따르는 컷이 채택됐을 때, 하율은 평생 결핍이라 여겼던 조용함이 카메라 앞에서는 가장 정직한 재료라는 걸 깨달았다. 소리를 내야 보이는 게 아니라, 소리를 줄여야 비로소 보이는 장면이 있었다. 그 뒤로 그녀는 '눈에 띄는 법' 대신 '스며드는 법'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Why → How → What
- WHY
- 좋은 물건은 요란하지 않게 하루를 바꾼다고 믿어요. 닭갈비집 구석 테이블에서 자란 저는, 크게 말하지 않아도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얼마나 큰 위로인지 알아요. 루니엘 가전이 누군가의 겨울밤에 그런 존재가 되는 장면을 보여주고 싶어요.
- HOW
- 과장 없는 표정과 동작으로, 생활 속 한 장면을 담담하게 보여줘요. 촬영 전에는 그 장면 속 사람의 하루를 먼저 짜요 — 몇 시에 일어났고, 오늘 피곤한지, 창문은 열었는지. 그렇게 정해 둔 하루가 있으면 손끝이 저절로 차분해져요.
- WHAT
- 루니엘 광고·상세페이지 모델 후보로, 아침 환기나 잠들기 전 이불 속 같은 고요한 생활 장면을 연출해요. voar 협업 콘텐츠와 톤을 맞춰 두 브랜드 사이를 자연스럽게 잇는 얼굴이 되려고 해요.
아직 '후보'라는 두 글자를 떼지 못했다. 그리고 남의 하루를 조용히 연기하는 데는 익숙해졌지만, 정작 자기 목소리로 '저 이거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건 여전히 어렵다.
연표 한눈에 보기
- 20011월 9일, 눈 오는 날 춘천에서 태어남 — 호숫가 물안개를 보며 자람
- 2020서울예대 연기과 입학
- 2023생활가전·리빙 브랜드 광고 모델로 활동 시작
- 2026협업 브랜드 voar 캠페인 출연 → 루니엘 모델 후보

